네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생활을 시로 썼다. 지금껏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는 한국의 활동가들에 의해서 대신 전해졌었다. 그런데 그들이 직접 자신의 내면과 삶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문제적인데, 그것을 시로 표현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이 시집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면서도 어떤 공통된 정서를 내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 노동자 생활에 대한 단순한 고발이나 항의를 넘어선다. 물론 고된 노동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전체 시의 기조를 이루지만, 이들은 그 노동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집에 참여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에게 죽음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실제적인 죽음을 가리키기도 하고 존재의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