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뒤로 가는 개미』는 여는 시 「나팔꽃」부터 마지막 「누군가는 불고 있다」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면면한 다양한 존재들과 눈 맞추고 말을 건다. 손택수의 말을 빌자면 유강희 시인은 그 마주침을 통해 사물의 편에 서서 사물들로 하여금 그동안 참아 왔던 말을 술술 풀어내도록 돕는다. 이에 동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시인을 따라 두 귀 쫑긋 세우고 누가 불러 주지 않나 기다리는 사물들을 호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옆을 보라. 화장지는 왜 늘 혀를 내밀고 있는 걸까, 다리를 꼬부리고 있는 안경은 무얼 저리 곰곰이 생각하는 걸까 질문하자. 길가에 핀 꽃과 나무를 보면 누가 길가에 줄줄이 막대 사탕 꽂아 놓았을까 상상하고, 매미가 살다 간 지붕 뚫린 빈집에는 누가 살까 두리번거리자. 장수풍뎅이는 왜 장수풍뎅이일까 부여된 이름조차 의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