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생전에 어떤 글도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양철학사를 통틀어, 세계사상사에서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그보다 앞서 살다간 붓다도, 그보다 훗날을 살게 될 예수도 생전에 하신 말씀은 많아도 스스로 쓴 글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플라톤(기원전 427년경~347년)이 20대 후반의 청년일 때 소크라테스는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스승의 가르침에 매력을 느낀 플라톤은 대략 8년 동안 소크라테스를 수행하고, 스승이 죽음을 당하자 이후에도 오랫동안 스승을 위한 글을 남겨,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을 재구성한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과 때로는 지인과 만나서 나눈 숱한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 ‘대화편’들이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어디서부터가 플라톤 자신의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스승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인지 가려내기 어렵고 의견은 분분하다. 이것을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의 문제(Socrates Problem)’라고 부른다. 오늘날처럼 말을 저장하는 기록 장치가 없는 시대였으므로 불가피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