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임의 여섯 번째 소설집. 2002년 봄부터 2004년 겨울까지 쓴 11편의 소설을 묶었다. 열한 편의 소설 속엔 온통 '푸른 모래'가 서걱거린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바람을 따라, 모래를 따라, 휘적휘적, 조용히 몸을 움직인다. 바이칼 호의 잔잔한 푸른 물결 위로 모래폭풍이 휘몰아치고, 부다페스트 후미진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호텔방 안에도 모래바람이 머물다 간다. 더블린의 하늘에도, 프랑스의 중세 고성(古城)에서도 모래비가 흩뿌리는 듯하다. 구두 속으로 들어온 모래알갱이처럼 그것은 소설을 읽는 내내 신경줄을 잡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