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사를 빛낸 소설가 두 명의 유년 시절을 흥미롭게 재현해낸 팩션『트루와 넬』. 그들이 처음 만난 해, 1929년은 미국에 경제 대공황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당시 트루먼(트루)은 일곱 살, 넬(하퍼 리)은 여섯 살이었다. 부모의 불화 때문에 시골 마을의 친척 댁에 홀로 맡겨진 트루먼은 이웃집에 사는 넬을 처음 봤을 때 남자애라고 생각했다. 머리카락이 짧고 멜빵바지를 입은 데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컸기 때문이다. 넬 역시 트루먼이 남자애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머리모양과 앙증맞은 흰색 세일러복 때문에 여자애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트루먼과 넬은 금세 친해졌다. 둘 다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독서광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트루먼의 엄마는 뉴욕 사교계에 진출할 꿈에 부풀어 아들 양육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넬의 엄마는 병약해서 딸의 양육을 책임질 형편이 못 되었다.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을 잘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애정 결핍에 시달리던 둘은 서로에게서 큰 감정적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