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대하장편소설『금강』제6권《제2부 청맹과니의 노래》. 우리가 살아온 격변의 근현대사 반세기를 그려낸 민족대하소설이다. ‘모산’이라는 마을이 주인공이다. 이병호 일가는 일본인의 마름으로 재산을 착복했다가 광복 이후 그로부터 땅을 물려받아 신흥지주가 됐다. 모산 사람들은 일제에게 빼앗겼던 땅을 되찾을 새도 없이 졸부가 된 동족의 발밑에서 또다시 좌절의 삶을 살아야 했다. 자유당을 지지하는 마을 유지들이 선거판을 쥐락펴락하던 때, 민중들에게 정치는 ‘한 켤레 고무신과 탁주 한 잔’ 실컷 얻어먹으면 그만인 것이었다. 그보다 자식들 사천회비라도 제대로 내려면 지주 이병호의 논 한 마지기라도 얻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일지언정 그의 발 밑을 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