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는 5-7-5 열일곱 자에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축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문학 장르다. 일본의 하이쿠 애호가는 1,000만 명이 넘으며, 그중 하이쿠 잡지에 글을 발표하는 사람만 3,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이쿠는 옥타비오 파스나 게리 스나이더, 알렌 긴스버그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었으며, 2000년에는〈뉴욕 타임스〉에서 하이쿠를 공모해 실을 정도로 시대와 지역을 넘어 사랑받고 있다. 《일본 하이쿠 선집》은 이러한 하이쿠의 역사를 만든 하이쿠 시인들의 대표작 150여 편을 모은 것이다. 일본 근세(1603~1868)를 대표하는 하이쿠 시인인 마쓰오 바쇼, 요사 부손, 고바야시 잇사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에 시작되는 근대를 대표하는 마사오카 시키, 가와히가시 헤키고토의 명구들은 독자들에게 하이쿠의 참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일본 근현대시를 전공한 옮긴이 오석륜은 가급적 5-7-5의 하이쿠의 정형에 맞게 번역함으로써 하이쿠를 읊으며 감상하는 맛을 살렸다. 또한 원문 그대로 감상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원문을 수록했으며, 짧은 번역어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하이쿠의 특성을 감안하여 매 구(句)에 해설을 첨가해 이해를 도왔다. 특히 다섯 명의 하이쿠 시인과 옮긴이가 나누는 가상 대담은 다양한 논조와 시각에서 작가와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