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서양 학문을 읽어온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20여년이나 더 늦게 이런 사상적 추격에 나설 수 있었다. 문화대혁명(1966~1976)이라는 사상금제령 때문이다. 그래서 20세기 중국 현대사상은 마르크스·엥겔스로 귀납되는 하나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번역된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에서 저자는 규모나 내용 등에서는 한국, 일본에 비해 상당히 늦지만 실은 중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서양 사상을 반복적으로 흡수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그 사상을 소화해가고 있다. 전대미문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문화대혁명 초기를 제외하면 외국철학이나 사상에 대한 연구가 단절된 적은 없었다.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풋내기였던 청년 데리다가 헤겔 철학을 해체했던 논문도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에 소개되었다.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학자가 중국의 사상적 개혁개방의 상징인 《독서》의 창간부터 현재까지 약 30여 년 동안 중국 지식인들이 서양의 현대사상을 어떻게 읽고 수용했는지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