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조각가 이일호의 미학과 조각론을 담고 있다. 40여 년간의 작품 활동과 예술가의 삶에서 반드시 거쳐야했던 고뇌의 흔적들을 언어로 풀어 독자적인 철학으로 완성했다. 초현실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작품 이미지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선사하는 작은 덤이다. 베테랑 조각가의 예술에 대한 생각에 접근해, 조각과 예술을 느끼게 만드는 신선한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이일호가 정리한 미학과 조각론이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함께 솔직히 펼쳐진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조각을 해야 한다.(…) 일거에 득도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천재 예술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기도 하며, “예술가의 영감은 어디서 오는지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짐작건대 위대한 예술의 탄생은 몽상적 환각에 사로잡힌 어느 예술가의 경이롭기까지 한 무차별적 고난의 흔적이었을 것이다.”라며‘우연과 필연’을 오가는 예술가의 운명을 고백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글을 넋두리라고 표현하지만 예술을 하려는 자와 하는 자, 감상하는 자 모두에게 깨달음을 안긴다. 책 곳곳에 배치된 작품 이미지들은 이러한 글과 함께 여운을 남긴다. 결국 대중과 예술가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은 이 책을 통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