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그 어둠의 깊이에 관한 인문학적 탐색! 세상에는 시시각각 끔찍하고 잔혹한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2천 년이 넘은 동서양의 철학사에서 인간이 저지르는 악한 행동을 설명하는 철학적 개념은 크게 개진되지 않았다. 이 책 『잔혹함에 대하여』의 저자 애덤 모턴은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20세기 심리학의 성과와 인간의 악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들의 성찰을 경유한다. 도대체 악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먼저 저자는 끔찍한 상황이나 잔혹한 상황을 접했을 때, 그 배후에 분명 끔찍한 인물들이 있다고 믿는 행위는 악의 이해를 가로막을 뿐 아니라, 잔혹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대신 악한 행동의 동기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비도덕적인 상황에 대한 묵인과 침묵 역시 악한 행동의 동참임을 인지해야 하고 악을 상상해야만 진정한 악의 이론을 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악에 대한 분노와 증오, 비난 역시 위험하다. 비난은 악을 ‘타자화’시킴으로써 나 자신이 악에 연루될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시킨다. 따라서 악을 저지른 사람의 동기를 알려고 노력하고, 악을 이해 가능성의 장에 놓아야만 인간과 세계를 인식하고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래야만 악행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도록 대응할 수 있고 미래에는 그 악행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