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80년대 초반 〈부시맨〉이라는 영화가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신의 선물이라 여기며 기뻐하고 다투는 부시맨들의 모습과, 마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에 배꼽을 잡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문명의 이기를 비판하고자 만들어진 영화라지만, 정작 우리의 머릿속에는 순박하지만 미개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부시맨의 이미지로 굳어져 남아 있을 뿐이고, 지금까지도 촌스럽거나 못생긴 사람을 일컫는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부시맨의 생활은 어떨까. 최근 보츠와나 정부는 칼라하리 사막에서 2만년 이상 거주해온 부시맨을 강제이주시키려 하고 있다. 공식적인 이유는 부시맨이 키우는 염소에게서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옴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부시맨 거주지역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었기 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보츠와나 정부는 개발정책과 동물보호정책 등을 이유로 들어 부시맨의 거주지를 축소시켜왔고, 이에 반발해 부시맨들이 소송을 제기해 영구거주를 법으로 보장받기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권력의 이해에 따라 한 집단의 운명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실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것, 이는 비단 부시맨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부시맨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