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거라. 양반이든 천민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반드시 귀히 쓰일 데가 있어서 하늘이 낳은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자신들의 마을에서만 갇혀 지내야 했던 백정의 아이들. 한자는 물론이요 흔한 언문도 배우지 못해 세상과 소통할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어느 날 거짓말처럼 인상 좋은 선비 한 명이 나타납니다. 모함을 받아 한양에서 멀고 먼 전라남도 끝 마로현으로 유배를 온 강 대감은 밝고 천진한 이 아이들과 곧 친구가 되지요. 백정의 삶과 아픔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강 대감은 아이들만큼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길 바랐고, 글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곧 ‘백정에게 글을 가르쳐 역모를 도모한다’는 혐의로 갇히고 말지요. 강 대감과 아이들은, 그리고 백정 마을 사람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전라남도 광양시(옛 이름 마로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 이야기는 신분제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던 백정과, 편견 없이 사람을 볼 줄 알았던 한 청렴한 선비의 우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신분과 계급이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진심을 알아준다면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이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