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촌(The Underground Village)』은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poverty)’라는 제3세계 여성의 상황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가장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존재가 이 여성들이다. 1936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간도에서 항일무장투쟁이 약화되고, 국내에서도 진보적인 문학 단체인 카프가 해산되고, 전반적으로 일본의 식민 지배가 강화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현실을 변혁하려는 의지나 낙관적인 미래를 제시하기보다는 하층계급의 궁핍한 삶과 출구 없는 어두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방법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