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먼저 달려와 허락도 없이 우산을 가져가 버렸다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노는 시인, 김영의 두 번째 동시집 『바다로 간 우산』. 제3회 푸른문학상 동시 부분을 수상하며, 진정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던 시인이 [떡볶이 미사일]에 이어 5년 만에 낸 책이다. 지난 20여 년간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 온 저자답게 아이들의 모습을, 속마음을 잘 표현해낸다. 순수함과 발랄함 속에 담긴 가지각색의 감정들을 잘 폭착하여, 마치 추억의 앨범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표제작 「바다로 간 우산」 는 바다가 주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렬한 작품이다. 꽃게잡이를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날, 갑자기 쏟아지는 굵은 비에 바다는 어둑해진다. 우산을 들고 뛰어나간 아이들은 목을 내밀고 배를 찾는데, 순간 놓쳐 버린 우산을 바다가 가로채 간다. 파도에 실려 떠나가는 우산을 바라만 보는데 우산의 마중을 받듯 아버지를 태운 배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순간에 사진처럼 각인된 한 장면 같기도, 한 편의 이야기 같기도 한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김영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에게 전혀 난해하게 다가가지 않으면서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