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지난 시집 『껌』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집에서도 산업사회를 배경으로 비인간적 도시의 풍경들,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와 인간적 삶의 파탄 등을 그려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우리 사회의 레이스에서 탈락하거나 낙오한 이들이다. 감상에 치우치지 않고 시적 대상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오히려 그 어떤 울분과 격정보다도 부조리한 현실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넥타이로 목을 매달거나, 범죄에 휘말려 죽어가는 이, 화상 입은 이의 신음소리 등 아찔하고 안타까운 현장들을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비인간적인 폭력을 객관화함으로써, 이것이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대체로 어두운 느낌의 시가 많은 이 시집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풀」은 눈길을 끈다. 콘크리트 속에서 자라나 마침내 '커다란 돌덩어리'를 무너뜨리는 풀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믿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