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적 상상력,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인 김근이 세번째 시집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시집의 제목은 수록작 「밝은」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제목과는 달리 매우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는 작품이다. 매 문장이 무엇무엇 할 ‘때’로 이어지고 있어 시인이 어떤 순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이란 것이 하나같이 불길하고 불편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적당하지 않은 타이밍인 것도 같다. 대체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어쩌자는 것이냐”라고 외치는 화자는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