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사회에서 나이듦이란 무엇인가 “아들? 아들들은 바빠서 여기 올 여가도 없어. 전화해서 할 말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몰라. 먹어도 배부른 줄 모르겠고, 안 먹어도 배고픈 줄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퍼질러 자빠져 있는 거야. 이래 가만히 있으면 죽을라는가 싶어서….” 현직 요양병원 의사 김진국이 쓴 《기억의 병: 사회문화 현상으로 본 치매》에 실린 한 노인의 말이다. 짧은 하소연 속에 우리 사회의 단면이 낱낱이 드러난다. 강요된 무한경쟁 속에서 먹고살기도 바쁜 사람들은 노인을 부양하기는커녕 안부를 주고받을 여유도 없고, 세대와 세대 사이의 격차는 너무 벌어져 대화도 통하지 않고 공유할 경험도 없다.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할 일도 갈 곳도 잃은 노인들에게는 삶의 방향성이 없다. 그들의 남은 시간은 사회 구성원에게 부양 부담을 지게 하는 잉여의 시간이 되어서 그저 흘러갈 뿐이다.언제부터인가 나이듦은 그저 꺼리고 피해야만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