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첩 시인선 30권. 모든 존재는 바닥을 딛고 살아간다. 날개 달린 생명체들도 시시로 바닥에 깃든다. 바닥은 존재를 지지하는 지면인 동시에 지상과 지하를 구분 짓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곧 '바닥'은 또 다른 세계가 연결된 '문'인 셈이다. 그 문을 여는 열쇠, 즉 '키워드'를 제시한 이가 있다. '바닥'을 읽는 시인. "읽어야 할 바닥"이 많은 까닭에 끊임없이 "바퀴"를 굴리며 시의 길을 걸어가는 시인. 바로 최은묵이다. 그가 밟고 선 땅, "바닥의 문장"을 읽기 위해 그는 눕는다. "바닥의 문장은 발바닥이 아니라 등으로 읽어야"하기 때문이다. "누워야만 들리는"바닥의 소리를, 문장을 듣고 읽어 냄으로써 그는 지상과 지하(또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키워드'를 밝혀낸다. 최은묵 시인은 2007년 「월간문학」과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2014년 첫 시집 <괜찮아>를 상재하기도 전에 2008년 제9회 '수주문학상'대상, 2012년 제4회 '천강문학상'대상, 2013년 제4회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했다. <괜찮아> 이후 5년 사이 "시어의 상징성을 크게 높이고""단속(斷續)적인 몽타주를 활용하는"등 다소 변모한 그의 시 세계를 <키워드>를 통해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