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대와 공간과 예술 장르를 거침없이 횡단하면서 유려한 문체로 근대성의 한 단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풍경이 온다』. 20세기 후반부터 공간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이론적 화두로 등장했다. 공간적 전회(spacial turn), 곧 공간에 대한 그리고 공간을 통한 사유는 언어적 전회(linguistic turn)와 함께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커다란 이론적 전환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서영채 교수는 왜 공간이 아니라 풍경에 그렇게 이끌리고 있는가? 저자는 이런 마음의 실체를 밝히고자, 홍상수의 영화에서 시작하여 스피노자와 뉴턴, 칸트와 헤겔이라는 징검다리를 거치고 마침내 네덜란드 풍경화에 다다른다. 거기에 가까이 가자 셰익스피어와 갈릴레이가 튀어나오고, 결국 그 배후에 있는 세르반테스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렇게 시공을 가로지르다 결국 도착한 곳은 바로 공간과 장소의 불일치였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객관과 주관의 불일치, 나와 나 자신의 불일치일 테니, 돌고 돌아 마침내 다다른 곳은 곧 일그러진 근대성, 저자의 표현으로는 바로크 근대성이었다. 여기에서 ‘풍경’은 바로 공간과 장소의 불일치를 ‘습격’함으로써 주체의 존재론적 간극을 드러내주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한다. 이제 저자의 서술을 따라 근대인의 운명을 향해 다가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