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마취제의 발명, 나치의 코카인 사용,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 개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셋 다 현대를 정의하는 똑같은 논리, 곧 ‘마취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수면제에서부터 강력한 우울증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약물을 통한 감정 조절의 역사를 살펴본다. 아울러 이런 약물이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1846년 의사이자 화학자인 찰스 토머스 잭슨(Charles Thomas Jackson)과 치과의사인 윌리엄 그린 모턴(William Green Morton)이 미국 특허청에 마취제의 발명 특허를 신청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철학자이자 법이론가인 지은이 로랑 드 쉬테르는 이로써 ‘마취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마취제 발명 일화로 운을 떼지만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취제 발명과 개발의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육체적인 마취만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마취, 더 나아가 흥분하기 좋아하는 ‘군중’을 잠재우는 정치적 의미의 ‘마취’까지 이야기는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