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 신무협 장편 소설 『패왕의 별』 제26권. 무당산 천주봉(天柱峰) 정상에 세워진 금전(金殿)의 지붕에 저녁노을이 내려앉았다. 금전의 금빛 기와에 붉은 노을이 겹치면서 신묘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빛바랜 득라 차림의 대춧빛 안색을 가진 노인은 금전의 지붕을 한참 바라보다가 사위가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며 뒤돌아섰다. 천주봉 아래로 펼쳐진 전각들뿐만 아니라 숲 여기저기에서 화톳불이 켜졌다. 그 불빛은 산 아래까지 이어지며 점점 번져 나갔다. 밤을 준비하는 시간. 이만여 명이 모여 있는 무당산의 밤은 늘어가는 불빛들로 변신을 거듭했다. 노인은 그런 모습이 괴물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둠이란 몸을 가진 괴물이 무수한 눈을 뜨는 것처럼 생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