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지언정 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천류영의 의지가 정파인들의 눈시울과 가슴을 뜨겁게 울렸다. “싸우자아아!” 멈춰 있던 정파 일군이 앞다퉈 호위단을 향해 뛰었다. 천류영이 미리 지시했던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서. 마침 사파 간의 싸움을 정리한 광혈창도 힘껏 소리를 질렀다. “가자! 마물들을 무너뜨리자!” 그의 고함에 사파인들이 쥐고 있는 날붙이를 번쩍 치켜들며 크게 함성을 질렀다. “우아아아아아!” 때마침 우회해 정주로 도망치는 것 같던 정파 이군이 돌아왔다. 그 선두에서 이평 문주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외쳤다. “공격하라! 배교의 주술사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자!” “우와아아아아!” 광혈창을 비롯한 사파인들이 반색했다. 천류영, 그 한 사람이 일으킨 변화에 단 위의 부호들이 술렁였다. 황사의는 부친인 황전노의 표정이 마뜩치 않은 것을 살피고는 방우를 향해 외쳤다. “지금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요?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지금 술이 목에 넘어가시오?” 방우는 술잔에 대고 있던 입술을 떼며 히죽 웃었다. “후후후, 뭐가 변했단 말입니까?” 황사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당신한테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오? 애초에 무림서생을 너무 만만하게 본 거요. 그는 고작 오백 명으로 마교의 일만 고수들을 물리친 군신이란 말이오!” 방우는 입가의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을 받았다. “아, 무림서생. 뭐, 지금 나도 놈한테는 계속 탄복하고 있는 중이오. 그러나 그뿐. 다시 한 번 묻겠소. 대체 뭐가 변했단 말이오?” 방우의 전혀 흔들리지 않는, 아니,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에 황사의가 당황했다. “그, 그게…….” “버러지 같은 것들의 사기가 아무리 치솟는다 한들, 결국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 두들겨 맞고, 동료들이 죄다 죽어 나가면 결국 꼬랑지를 내리며 살려 달라고 간청하게 될 테니 두고 보시오.” 쿵, 쿵, 쿵,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