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장창창! 쨍그랑! 값비싼 도자기들이 깨져 나가고 가구들이 부서졌다. 백발의 노인은 쉬지도 않고 손에 쥔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렇게 얼마나 내실의 집기들을 부쉈을까. “쿨룩, 쿨룩.” 노인은 밭은기침을 잠시 내뱉다가 한쪽 구석에 있는 원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원탁 주변에는 취존과 황사의 소회주, 그리고 목이내가 앉아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제각각이었는데, 취존은 담담해 보였고, 황사의는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쉬어 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목이내는 연신 침을 삼키며 좌불안석이었다. 그리고 원탁 뒤로는, 화재로 불타 죽은 것으로 알려진 황 총행수가 입술을 꾹 깨문 채 서 있었다. 그랬다. 백발노인은 위중한 병을 앓고 있다던 천하상회의 주인, 황전노(黃錢勞)였다. 황전노는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반복하다가 아들인 황사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십 년 전, 네 녀석이 나에게 천하상회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사의는 고개를 들어 부친을 직시하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