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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외면해온 세계의 슬픔 문학동네소설상 제21회 수상작 『소각의 여왕』. 언제나 문학의 최전선에서 세계와 인간을 향한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주었던 문학동네소설상의 3년 만의 수상작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지창씨와 유품정리사인 그의 딸 해미, 비참한 세계에 기거하는 부녀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재수생인 해미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1톤 포터를 몰고 다니며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버지 지창씨의 일손을 돕는다. 해미는 골목마다 자신을 마중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와 있는 폐지와 고물들을 수거하고, 그것들을 동일한 속성을 가진 재료로 분해하는 작업을 통과하면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고물상 일의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지창씨가 자신 몰래 출장을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 해미는 지창씨가 두고 간 휴대폰 속에서 누군가 유품정리 일을 부탁하는 문자가 보게 된다. 그 후 해미는 지창씨 대신 유품정리 일에 뛰어든다. 그사이 지창씨는 초등학교 동창인 정우성이 주고 간 설계도면을 받아들고 고물들로부터 그 어떤 것들보다 값이 비싸게 나가는 희귀 금속 이트륨을 분리해내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는 꿈을 꾼다. 설계도면에 따라 기계를 하나 제작해내고, 그 기계를 가동하여 고물들로부터 순수한 이트륨을 뽑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번번이 그의 손에 쥐여지는 것은 빛나는 이트륨이 아니라 불순물이 섞인 검은 돌덩어리일 뿐이다. 지창씨는 순수한 이트륨을 얻기 위해 생계마저 내팽개친 채 기계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이제 해미는 유품정리 일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는데…….

[NAVER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