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30년을 훌쩍 넘긴 김명인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역시 삶과 죽음의 문제에 부딪쳐 자신의 몸과 언어를 실험 대상으로 내세우고 형이상학적 탐구를 벌인다. 그러한 실험의 동반자는 익숙한 바다, 바람, 파도, 파문, 포구의 선술집, 방파제에서 꽃나무, 꽃뱀, 산사 그리고 낯선 이국의 호텔까지 다양하다. 시인은 내밀하고 정제된 언어로 물결따라 이어지는 사색의 항로를 그린다. 시어는 힘찬 기운을 품고 있으면서도 허무와 극복이란 감정의 극단, 그 중간쯤에 자리 잡는다. 생의 상처, 세상사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옮기되 삶의 진실을 탐색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명징한 언어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