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시 세계의 출발과 지향은 허공이다. 물론 그의 시 세계는 다채로운 주제 의식과 형식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그러나 그 생성과 귀결의 중심점은 무위(無爲)의 허공으로 파악된다. 이 점은 그의 시 세계 전반에 걸쳐 빈번하게 등장하는 ‘허공’ ‘구멍’ 등의 이미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를 테면 그가 등단한 이래 시력 40여 년에 걸쳐 간행한 5권의 시집의 주요 대표작을 순차적으로 모은 선집 《모든 구멍은 따뜻하다》(2011)의 표제작 역시 “크고 작은 구멍의 허공”이 중심점을 이루고 있다. 그의 시 세계에서 허공은 모든 존재자의 생성과 소멸의 원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