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선과 문명 비판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화가 소윤경의 작품이다. 인간 탐욕과 폭력성의 집약체인 식탁을 그려낸 <레스토랑 Sal>이 구제역 파동이 있던 시기에 구상한 것이라면 <콤비 Combi>는 세월호 사태와 팔레스타인 분쟁 등 죽음으로 얼룩진 시간이 녹아들어, 연대와 공존을 도모한다. “스타일로만 기억되기보다 철학을 가진 작업으로 소통할 수 있”(<오늘의 일러스트>중에서)기를 바라는 화가의 끊임없는 모색은 그만의 강렬한 이미지와 융합해 화가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 위에 회화작가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느끼는 충돌, 열망이 완성시킨 이 그림책은, 두 세계의 경계에서 찾은 새로운 정체성, 또는 탈경계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3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주제 아래 14컷의 독립된 에피소드가 놓여 있는 연작화첩 형태의 그림책이다. 관찰자가 써내려간 관찰 대상들의 기록, 관찰 대상들이 직접 들려주는 연대에 대한 이야기 <콤비 Combi>의 색다른 시도는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