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허수경이 깊숙이 들여다본 뮌스턴과 독일의 시인들. 두 편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혼자 가는 먼 집》으로 한국 시단의 주목받고 있던 시인 허수경은 1992년, 돌연 독일 뮌스터라는 소도시로 홀연히 떠나버린다. 고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돌아오고 말 거라 했지만,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뮌스턴에 머물고 있는 저자 허수경이 책『너 없이 걸었다』로 돌아왔다. 허수경이 생의 절반 가까이를 보낸 독일 뮌스터를 배경으로 그네가 천천히 걷고 깊숙이 들여다본 그곳만의 사람들과 그곳만의 시간들을 독일 시인들의 시와 엮어 풀어낸 책이다. 총 열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산문집에는 하이네, 드라클, 벤, 작스, 괴테, 릴케 같은 널리 알려진 시인들의 시편뿐만 아니라 그베르다, 아이징어, 호프만슈탈, 드로스테휠스호프 등 낯선 이름들도 두루 등장하며 독일 시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제공한다. 또한 매 챕터마다 수록된 독일 시인의 시들은 모두 저자 허수경이 번역한 것으로 뮌스터만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에 허수경의 유려한 문장이 더해져 읽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