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중국 우수 그림책 수상작. 아이가 눈을 가리고 집에서 공원까지 가는 짧은 여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 표지에는 검은 바탕에 흰 손이 등장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이 제목을 만지려는 것 같다. 표지를 들추면 흰 지팡이를 짚은 시각 장애인과 안내견이, 속표지에는 안대가 등장해 시각 장애인 체험이 시작됨을 암시한다. 독자는 강렬한 흑백 그림들 속에서 눈으로 보고 있지만, 마치 주인공과 함께 눈을 감고 손끝으로 더듬어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각이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느끼는 세상이다. 주인공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세상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공원에 도착해 눈가리개를 벗은 마지막 장면에서 실제 공원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의 출현을 통해, ‘보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있다. 이야기를 통해 시각 장애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시각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