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하재연 시인의 첫 시집. 정지해 있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물과 현상, 삶의 단면을 포착하는 내밀한 시선이 돋보인다. 목소리의 고저가 최대한 절제된, 건조하면서도 평이한 시어의 연결이 간결한 행과 연을 이룬다. 햇수로 5년여 동안 써온 시편들이 묶였다. 시인은 '구름, 벤치, 공원, 햇살이 내려앉은 창문, 티브이 화면, 골목 어귀 만화가게, 나른한 오후, 허름한 동네 철대문집'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시공간을 소재로 취한다. 그 가운데 시간의 '흐름'과 불확실한 '기억'에 대한 의구심에 적잖은 지면을 할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