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소설가 김미월이, 등단 삼 년 만에 첫 단편집을 냈다. 그간 발표한 소설 가운데 아홉 편의 작품을 묶어 펴낸 것. 소설집의 중심에 놓이는 것은 고독으로 완벽히 덮여 있는 외톨이들의 삶이다. 그러나 세계에 다가가고 그 세계를 이해하는 작가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수록된 단편들을 아우르는 공통점 중의 하나는 각각의 주인공들이 모두 외톨이라는 점이다. 이들 외톨이들이 살면서 한시도 잊을 수 없는 각자의 상처는 모두 유년시절의 가족(혹은 가족이나 진배없는 관계에 있는 이들)로부터 받은 것들이다. 이들은 '가족'과 '성'이라는 것으로부터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힘겨운 삶을 감내한다. 이 상처는 성인이 된 그들의 삶에 지배적으로 개입한다. 치유 불가능해 보이는 심각한 상처를 하나씩 걸머지고 있는 이 인물들은, 마냥 비관적인 것이 아니라 독특한 낙천성 또한 갖추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공간(동굴, 고시원, 골방, 공중 정원, 반지하 원룸 등)을 터전 삼아 생활해 나간다. 그들이 가꾼 공간들은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잊게 해주는 소규모의 '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