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임이는 더는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입가에 예쁜 미소가 떠올랐다. 미소는 입가에서 뺨으로 뺨에서 눈가로 눈가에서 이마로 차례로 주름을 지워가며 번졌다. 정말로 예쁜 미소였다. 태임이가 숨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건 일본놈 인삼도적을 추적하는 소년 종상이의 씩씩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박완서 소설 전집, 제 14 권, 하. 박완서 소설가는 [여성동아]의 공모전에 장편 소설 이 당선되어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등단(1970년)하였다. 또한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우리나라 소설계에 자신의 위치를 확립한 박완서 소설가는 특유의 신랄한 시선으로 인간의 내밀한 갈등과 그 갈등의 기미를 포착하여 삶의 진상을 드러내었으며, 폭넓은 영역에서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탁월하게 견지하였다. 원제가 인 장편 소설 는 여주인공 '태임'을 중심으로 한 여성 주체의 의식과 행동을 웅숭깊게 재현하면서, 한 편의 의미 있는 여성 가족사 소설을 우리나라 소설사에 편입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