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한 상상력과 탄탄한 서사, 능숙한 충청도 사투리 구사로 주목받아온 소설가 김종광의 세 번째 단편집. 데뷔한 지 9년째 되는 해에 펴낸 이 소설집은 허구에 대한 폭로, 모순에 대한 증언, 세상을 향한 조소들로 가득하다. 2002년에서 2006년 사이에 씌어진 아홉 작품이 실려 있다. 표제작은 일종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낙서문학사 창시자편'과 '낙서문학사 발흥자편'으로, 문학과 문학을 둘러싼 여러 구조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작 에 실린 '언론낙서백일장'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는 '낙서문학'의 사적 기원을 이 두 작품에서 밝히는 셈. '절멸의 날'은 축구와 매춘으로 얼룩진 나라, 율려의 마지막 하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씨네 푸닥거리 약사'에는 실재 작가의 아버지가 쓴 소설이 액자소설의 형태로 들어가 있다. 이밖에 의미 없는 해외여행의 실상을 폭로하는 '율려 탐방기',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더하는 '단란주점 스타크래프트'등 노련하고 재치 넘치는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 단단하게 짜여진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