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절망이 찾아왔다. 그리고 희망이 시작되었다. 일본 전후세대의 대표적 작가이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의 장편소설. 처남이자 오랜 친구인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자살사건을 모티프로 한 모델소설이다. 작가가 소설가로서 마지막으로 펴내는 장편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긴밀한 내적 연계성을 지니면서도 각각 완전히 독립된 장편소설의 형태를 선보인다.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고로가 어느 날 밤 빌딩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매부이기도 한 세계적인 작가 고기토는 고로의 자살소식에 충격을 받고, 자살 동기를 둘러싼 매스컴 보도에 가족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 의문투성이인 고로의 자살 동기에 고민에 빠진 고기토 앞으로 그리운 고로의 음성이 담긴 녹음테이프 상자가 배달되는데….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남자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아픔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섬세한 필치와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남자의 자살과 남은 가족이 겪은 고통, 커다란 상처를 남겼던 성장기의 기억을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면서도, 절망과 체념으로 끝나지 않고 비극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들'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으로 승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