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아파트 103동과 104동 사이에는 작은 땅이 있습니다. 이곳은 경비원 아저씨가 가꾸던 텃밭이었는데, 아저씨가 병이 나 일을 그만둔 뒤로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는 쓰레기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곳에는 말괄량이 참새와 마음씨 좋은 비둘기, 어린 풍뎅이 동쓰와 잠꾸러기 지렁이가 살고 있습니다. 또 심술궂은 꽃삽 아줌마와 점잖은 표지판 아저씨도 남아 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정혜가 이곳을 찾아옵니다. 풍뎅이 동쓰는 정혜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정혜는 울면서 돌멩이로 탑을 쌓다가 돌아갑니다. 정혜에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