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박형숙의 첫 소설집 『부치지 않은 편지』를 관통하는 것은 끝없는 자기부정의 여정이다. 자신이 지닌 감성이며 이성은 물론, 젊은 날 한때 몸담았던 운동권이며 거기에서 애틋하게 키웠던 사랑의 기억마저 단호하게 부정한다. '어디에든 끼어들고 싶다.' '지금껏 나를 지탱시켜주었던 것은 진보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정말 조금씩 나아지고 악습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어쩌면 당신은 내게 이지러진 꿈의 조각이거나 불완전한 소망이 빚어낸 환영에 불과한지도 모르겠군요.' 이를테면 『부치지 않은 편지』까지 다다른 박형숙의 자기부정이야말로 흡사 무슨 고행승처럼 피투성이가 되어 찾아 헤맨 끝에 마침내 자신의 순결한 영혼을 확인하는 자기긍정의 반환점인지도 모른다. - 소설가 송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