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기도 얻기도 하는 쉼의 자리 -차근차근 천천히 달팽이처럼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쉼표 2000년 아동문예문학상으로 등단한 이후 초·중학교 교과서에 작품이 실리는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김마리아 시인의 여덟 번째 동시집. 앞서 나온 『내 방이 생겼다』(2020, 리젬)가 나온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한 권의 작품집을 묶는 열정을 보여 주고 있는 『오늘보다 신날 거야』는 짧은 시편들만을 모아 놓은 독특한 동시집이다. 순간을 포착해내는 시인 특유의 시적 조짐을 앞선 시집에서 살짝 엿볼 수도 있었지만 이번 시집에는 전편이 모두 짧은 시들로 구성돼 있다. 짧은 시는 빨리 읽히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외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서 곱씹을 수 있는 시여야 독자들은 비로소 짧은 시의 참맛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인 『오늘보다 신날 거야』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한 이 시집에서는 독특한 점 하나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이번 시집에는 유독 ‘쉼표’가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인이 그냥 습관적으로 표기한 것이 아님을 전작과의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 시인의 쉼표가 독자를 유도해 가는 것은 어쩌면 자칫 짧은 시를 독해하는데 범하기 쉬운 과속을 방지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이 시집을 읽을 때 쉼표를 읽지 않고 내달린다면, 어쩌면 ‘속도위반’의 낭패를 범할 수 있음을 경고(?) 드린다. 또한 우리 인간사회의 무시무시한 속도에서 벗어나 여유를 듬뿍 담았으면 하는 시인의 바람이 녹아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달팽이는 유독 동시를 쓰는 시인들이 사랑하는 대상이다. 시인과 동일시하는 대목을 여러 시에서 다양한 형태로 볼 수도 있는데 이 시집에서 시인이 짧은 시편들 사이사이에 찍어 둔 쉼표는 어쩌면 형태적으로도 달팽이와 많이 닮아 있다. 나뭇잎 사이를 건너가는 쉼표. 내리는 비를 우산 없이 맞으며 첨벙첨벙 느릿느릿 가는 쉼표. 『오늘보다 신날 거야』에는 수많은 달팽이가 눈과 더듬이를 삐죽 내밀고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지금 여기, 우리 함께 쉼표가 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