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문학의 신비파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시성(詩聖)’이라고 불린 메브라나 루미의 시집이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유네스코에서 루미의 탄생 800주년을 기념해 2007년을 ‘세계 루미의 해’로 선포할 만큼 그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이다. 루미는 자신의 시를 통해 신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세계의 신비로움, 대상에 대해 샘솟는 우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이야기하는 시인의 말들은 입을 통해 귀로 전해지는, 일상적인 대화나 소통의 언어가 아니다. 엄격한 형식 속에서 언어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루미의 시는 분명 아름답다. 그러나 시인이 축조해 놓은 단단한 언어의 외벽을 만지는 데만 그친다면, 루미의 시가 지닌 진정한 미(美)를 만끽하기란 어렵다. 마치 “글자의 껍질”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듯, 사랑스러운 “머리카락”이 오히려 “아름다운 얼굴”을 가려 버리듯 말이다. 그의 시는 언어라는 테두리를 넘어 더 깊은 내면으로 손을 뻗어야만 가까스로 손끝에 스치는 진리의 옷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