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북 신광수(申光洙, 1712~1775)는 조선 후기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살다 간 불우한 시인이다.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명분과 권위를 굳건히 지켜 왔던 성리학은 임병 양난을 거치는 동안 급변하는 시대 현실의 변화 욕구에 직면하여서도 난국을 타개하는 대응 감각을 상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잇달은 예송(禮訟) 논쟁을 빌미한남인과 서인의 당쟁은 이전투구의 양상을 연출하여 그나마의 정당성과 명분마저 허물고 말았다. 그의 시는 음풍농월하는 풍류의 내용보다 사회 현실이나, 역사ㆍ산천ㆍ풍속ㆍ인물 등을 실감있게 묘사한 것이 많고, 자조하는 체념과 연민의 정도 또한 그의 시에 흔히 발견되는 주제이다. 특히 나그네로 떠돌며 지은 시들에는 재주를 품고도 쓰이지 못하고 질곡의 시대를 가난 속에 살다간 안스런 마음의 자취가 눈에 그릴 듯 선하여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 〈석북 신광수의 생애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