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나는 투욱툭 튿어지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내 몸의 어느 부분에서부터 그 튿어짐이 시작되었는지 나를 튿어지게 했던 최초의 충격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의지해온 하나의 세계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처음 감싸안았던 그것은 유년의 작디작은 몸집이었다 그 몸집의 생존을 위해 마련된 여러 가지 소도구들 가운데 하나로서 비로소 나의 존재는 시작되었고 그때 이후 그 몸집은 내가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단 하나의 세계였다 그런데 한없이 늘어나려는 몸집의 제어되지 않는 욕망이 이제 나의 생존을 압박한다 _「튿어진 옷」 부분 슬프다 치통은 나를 가고 싶지 않은 치과에 가게 한다 벌리고 싶지 않은 입을 벌리게 하고 누구에게도 결코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입안, 썩고 더럽고 보기 흉하고 이미 썩어 없어진 치아의 흔적마저 고스란히 싸안고 있는, 의 비밀이 들춰지고 내가 여지껏 잘못 살아왔다는 사실 내 육체의 일부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불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이 들통나고 _「이 예기치 않은」 부분 비바 70미터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들고 허술히 굴러가는 휴지의 몸통과 아무 저항 없이 풀리고 찢기는 휴지의 살집이 가진 단순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말면 말리고 풀면 풀리는 헐값의 생 _「휴지 같은 이 인생」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