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 후에, 그의 몸은 천천히 가라앉았다. 물고기가 기다리고 있는 바닥으로.” 이야기는 이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다음 문장이 없다. 그림만 나온다. 그림만으로 아민 그레더는 우리에게 충분히 온전한 이야기를 건넨다. 아니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내용이 있을 것 같고, 눈이 안 좋아 못 본 것 같아, 우리의 능력 부족으로 못 알아듣는 건 아닐까 싶어 자책하게끔 하는 그림책이다. 몇 번은 다시 넘기고 다시 넘기고……또 넘겨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건 아이들만을 위한 그림책이 아니다. 이건 우리 인류를 위한 그림책이고, 그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사의 인사를 건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