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철 시의 주된 정서인 그리움은 서정시의 오랜 테마였다. 그는 제주도의 생활을 거름 삼아 여러 경향들을 흡수하고, 그것들을 단련시켜 그리움의 개성을 형성했다. 사람을 시적 사유의 중심에 놓되 짧은 시 형태로 의미의 역동성을 지향하는 그의 시는 때때로 극서정성을 띠곤 하는데, 달리 말하면 극서정시는 그의 시를 포섭하며 품을 넓히게 된 것이다. 서정의 극단은 시인이 도달한 섬광의 순간이 곧 영원이기를, 정확하게는 무시간이기를 꿈꾼다. 한 순간에 모든 순간이 담기기를 원하는 것은 신비로운 역설이 아니다. 이는 모든 순간에 체험의 순간이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독자들과 오래 소통되기를 바라며 그는 시를 쓰고 우표를 붙인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로 그는 소망과의 간극을 메우고 있다. - 김종훈(문학평론가 ·고려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