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들의 행진』에는 그런 흔들리는 노인들이 등장한다. 나이가 들면 모든 걸 다 알 줄 알았는데, 생전 처음 펼쳐 보는 ‘노인’이라는 페이지에는 모르는 것투성이다. 자식 키우느라 복닥거리며 살 때는 몰랐던 영원 같은 지루함이 떡하니 버티고 있을 줄이야, 철석같이 믿었던 형제와 자식이 돈 앞에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 줄이야, 문득 찾아온 사랑이 마음을 휘저어 놓을 줄이야. 그 어떤 노인이 알았겠는가. 인생이 예측 불가능한 패를 내놓을 때마다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속수무책인 존재다. 하지만 그 서툰 모습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선 이들의 생활과 감성을 녹여낸 소설들은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