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혁의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이 시집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미지의 연쇄를 통해 이제껏 본 적 없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시적 무대가 된다. 시인 기혁은 이러한 시적 무대의 연출자 겸 배우, 혹은 조명 기사 겸 관객이 되어 연극을 만들어 낸다. 이 무대의 시들은 “시차가 있는 명사들의 투척, 사회적 현실, 우주적 형상, 개인적 상념, 언어적 현실, 이미지의 현상을 뒤섞어” 하나의 ‘정서적 현실’에 이르거나 ‘미적인 유희’, ‘편집의 묘미’를 가진 연극적 장치들로 분한다. 시인은 시적이면서도 극적인 여러 장치와 요소들을 섬세하게 배열하고 견고하게 구성하여 “개성적이고 일관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끝내 스스로의 연극을 부조리극으로 구체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