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정 시인이, 데뷔 7년 만에 펴낸 첫 시집. 이 시집에 묶인 시들의 대상들은 짧지 않은 세월을 응축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시인은 사물들을 호명하며 그것들의 지나간 시간까지를 건져 올린다. 대상에 대한 곡진한 배려와 공감에서 우러나온 시편들이 정밀하고 아름답다. 시인은 정적이고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애써 피해간다. 그림 같은 이미지로써 시각에 호소하기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풍경(생활) 속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세상의 소리들을 '귀'로 읽어내며 대상의 고통을 '몸'으로 옮겨 받는 이러한 시들은 현실과 밀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