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강우방의 사진수상집. 최근 오 년여 간 신라의 벌(伐), 능(陵), 탑(塔), 상(像)을 찍은 컬러사진 190컷과 1970년대에 찍어 두었던 흑백사진 43컷, 그리고 이들을 연구하고 사진 촬영하면서 하나하나 쌓아 온 미술사가의 원숙한 수상(隨想)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사진들은 전문 사진작가들이 찍은 문화재 사진과는 다르다. 미술사학자로서의 사물에 대한 해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천 년, 이천 년이 넘는 긴 세월을 변함 없는 자태로 있는 신라의 벌(伐), 무덤, 석탑, 석불들을 바라보면서 지은이는 신라, 영겁의 세월을 헤아린다. 나아가 크게 깨닫는다면 그 영겁의 세월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彈指)'찰나의 순간과 다르지 않음을 감지해낸다. 영겁과 찰나. 무상한 세월과 불멸의 예술품이 사진이라는 기록매체를 통해 찰나의 순간에 고정된 것이다. 자연 속에 아련히 보이는 예술작품과 그들 사이의 풍경이 있는가 하면, 작품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 밝고 어두움의 대비를 통해 양감과 생명력을 강하게 드러낸 사진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