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장편소설 『천득이』. 키가 백오십 센티 정도도 안 되어 보이는 쪼그랑망태 노파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딱총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은 그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주름살이 쪼글쪼글했고, 눈은 쥐눈처럼 작았다. 바짝 마른 옥수수수염 같은 머리카락은 파마를 했던 흔적이 있었는데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다. 빨랫줄에 널려서 일 년쯤은 비바람을 원도 한도 없이 맞은 것 같은 블라우스는 매미 허물 같았고, 무명치마는 달랑 끌어올려 입은 탓에 무릎뼈가 훤하게 드러났다. 흰색 양말에 파란색 고무슬리퍼를 신은 그녀 뒤에는 키가 2미터가 넘어 보이는 구 척 장신의 우람한 사내가 두 팔을 길게 늘어트리고 구부정한 자세로 노파를 따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