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공쿠르상 수상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장편소설. 파스칼 키냐르가 "열 권이 될지, 스무 권이 될지 모르지만 이 '마지막 왕국'속에서 나는 죽어가게 될 것"이라고 소명을 밝힌 '마지막 왕국'연작 가운데 두번째 책으로, '과거의 속성, 과거'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 쓴 책이다. 근원의 문제에 강박적일 정도로 천착하며 과거, 태고로의 역행을 주행하는 키냐르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개념(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일방향적 시간 개념)과는 아주 다른 형태로 시간 개념을 재구축한다. 그리고 그는 기원의 자리에 '옛날'을 설정한다. 작가가 작심하고 본격적으로 옛날에 대한 정의를 시도한 담론인 이 책은 키냐르 세계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옮긴이 송의경은 키냐르의 작품은 그것이 어떤 주제나 제목을 표방하든 간에 모두가 무늬만 다르게 되풀이되는 '옛날'에 대한 담론이라고 말한다. 주제가 음악이든, 회화든, 언어든 간에. 제목이 '은밀한 생'이나 '섹스와 공포'혹은 '떠도는 그림자들'이든 간에 결국엔 모두가 옛날로 수렴된다. 따라서 그의 작품 세계는 옛날에 대한 미세 담론이 모여 이루어진 옛날에 대한 거대 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