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집. 지적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이탈리아의 유력한 문학잡지 '일 베리'에 실렸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늘 보고 익숙하게 여겨왔던 물상을 전혀 낯선 가치 판단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에코는 과거와 현재의 정전과 권위, 종교적 아이콘까지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 패러디들은 기존의 이야기 형식과 가치, 그것에 대한 평가 등 모든 것을 전도시키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예를 들어 '롤리타'가 표현하고 있는 어린 소녀에 대한 성적 판타지는 할머니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성욕으로 바뀌고, 아미치스의 에서 선하고 긍정적인 세계를 대변하는 엔리코에 의해 구제불능의 사악한 아이로 묘사되는 프란티는 파시스트에 대항하는 투사가 된다. 와 같은 작품들이 편집자에게 출판하기 곤란한 책으로 취급받는다. 심지어 제임스 조이스의 는 '정말 거지같이 쓴 책'이라고 평가받는 수모를 당하기도. 이 책에서 플라톤의 대화편과 그리스 시대의 비극 작품들은 대중들을 미혹시키기 위한 대중문화 상품으로 전락한다. 에코의 패러디는 대상을 '부정'하거나 풍자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지하고 강건하게 표현하게 될 무엇인가를 예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에코는 정교하게 짜인 이야기 속에서 심지어 자신의 흔적마저 깨끗이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