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학의 금자탑을 이룬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그가 풀어낸 우리나라의 민족사, 다양한 인간상과 남녀 간의 사랑을 치열하게 다룬 그가 반 세기동안 잠들어 있던 그의 신문연재소설 <은하>를 단행본으로 펴냈다. 1960년 4월 1일에서 8월 10일까지 「대구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성녀와 마녀>, <내 마음은 호수>와 동시에 지방신문과 여성월간지에 연재 되었다. 주인공 최인희는 1950년대를 살아가는 여대생으로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물이다. 실연의 아픔과 동시에 아버지의 사업 자금을 이유로 사랑도 없는 이성태와의 재취로 들어가게 된다. 전 애인의 친구였던 강진호의 적극적인 호감에 흔들리면서도, '기성 관념'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엄폐하고 시작한 결혼 생활은 인희를 깊은 절망으로 몰고 간다. 결국 암흑 같은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서울로 달아난다. <은하>는 애정이 비극적으로 종결되던 작가의 이전 소설과 달리 여성이 기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여 '적극적인 애정 실현'의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작품이다. 최인희와 강진호의 애정 관계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망에 의해 서사가 이루어진다. 1960년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갈등 구조를 통해 현대적 감각이 다분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